한국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김환기의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의 새 주인이 글로벌세아그룹 김웅기(71) 회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글로벌세아 측은 자사의 미술 전시장 개관 소식을 전하며, “김 회장이 현재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곧 일반 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32억 원에 낙찰된 ‘우주’, 주인공 밝혀져
김환기가 1971년 뉴욕에서 완성한 푸른색 전면점화 작품 ‘우주’는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당시 낙찰자는 공개되지 않아 미술계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으며,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가짜 낙찰자가 등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번에 글로벌세아 측이 공식적으로 낙찰 사실을 밝힌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당시 경매 후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낙찰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며 “이번 전시장 개관과 함께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웅기 회장의 미술 사랑과 컬렉션
김웅기 회장은 글로벌 의류 제조·수출 기업인 세아상역을 창업해 연매출 4조 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인이다. 최근에는 쌍용건설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미술품 수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 근현대 화가인 김환기, 이대원, 이우환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확장해왔다.
김 회장은 2019년 ‘우주’가 해외 경매에 출품된 사실을 알게 되자, “한국의 걸작이 외국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 아래 경매에 직접 참여해 작품을 낙찰받았다. 그의 미술품 컬렉션은 서울 대치동 본사 1층에 위치한 전시장 ‘S2A’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40년 넘게 보관된 ‘우주’, 역사적 가치 조명
‘우주’는 김환기의 미국 뉴욕 시절 주치의였던 김마태 부부가 40년 넘게 소장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부부는 김환기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보살피며 작품을 소중히 간직해왔다. 이 작품은 김환기가 남긴 유일한 두 폭짜리 회화라는 희귀성뿐만 아니라, 말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고국의 하늘을 그리워하며 완성한 이 작품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걸작이 대중에게 다시 한번 조명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