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대중음악계는 과거와 현재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현상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4년 전 발매된 K팝 솔로곡이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을 타고 폭발적인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구 반대편 록(Rock) 씬에서는 전설적인 밴드가 원년 멤버와의 재결합을 통해 차트 정상을 탈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국경과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의 향수와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 두 가지 이례적인 사건을 조명한다.
‘이건 첫 번째 레슨’… 알고리즘이 소환한 유노윤호의 누아르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2021년 야심 차게 발표했던 솔로곡 ‘땡큐(Thank U)’가 발매 4년이 지난 2025년 여름, 기이한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었다.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 댓글창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처음엔 웃겨서 찾아봤는데 노래가 의외로 좋다”는 반응들로 북적이고 있다. 유영진이 작사·작곡한 이 팝 댄스곡은 온라인상의 조롱과 비판마저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것이 뜻밖의 지점에서 ‘밈(Meme)’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번 화제의 진원지는 인터넷 방송인 ‘룩삼’이었다. 그가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땡큐’의 뮤직비디오를 소재로 다루면서, 곡 특유의 비장미 넘치는 가사가 네티즌들의 재해석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건 첫 번째 레슨, 좋은 건 너만 알기”, “이제 두 번째 레슨, 슬픔도 너만 갖기”로 이어지는 가사는 마치 누아르 영화의 대사처럼 강한 중독성을 발휘했다. 흥미로운 점은 2절에서 ‘세 번째 레슨’은 등장하지만 ‘네 번째’에 대한 언급 없이 곡이 진행된다는 점인데, 이것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수많은 패러디 콘텐츠를 양산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인터넷 유희에 그치지 않았다. 유노윤호는 지난 6일 소속사 후배 그룹 라이즈(RIIZE)의 콘서트 현장을 방문해 멤버들과 함께 ‘레슨 완료’라는 제목으로 챌린지 영상을 촬영했고, 이 영상은 공개 24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조회수 600만 건을 돌파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에 대해 “영어 가사가 주를 이루며 맥락보다는 ‘무드’를 중시하는 최근 K팝 트렌드와 달리, ‘땡큐’는 한국어 가사로 정직하고 비장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이러한 직관적인 화법이 유노윤호의 진지한 캐릭터와 맞물려 대중의 엔터테인먼트적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개의 심장으로 돌아온 록의 전설, 쓰리 데이즈 그레이스
한국에서 유노윤호가 알고리즘을 통해 과거의 곡을 현재로 불러왔다면, 캐나다 출신의 록 밴드 쓰리 데이즈 그레이스(Three Days Grace)는 원년 멤버의 복귀라는 정공법으로 2025년 글로벌 록 차트를 점령했다. 밴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원년 보컬 아담 곤티어(Adam Gontier)가 복귀하고, 기존 보컬 맷 월스트(Matt Walst)와 함께 ‘더블 리드 보컬’ 체제를 구축한 이들의 실험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의 2025년 신곡 ‘메이데이(Mayday)’는 빌보드 캐나다 메인스트림 록 차트 연말 결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활동 기간이 2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밴드로서는 믿기 힘든 성과다. 미국 시장에서의 반응 역시 뜨겁다. 수록곡 ‘킬 미 패스트(Kill Me Fast)’는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에어플레이 차트 정상에 오르며 밴드 통산 20번째 1위 곡이 되었다. 이는 해당 차트 역대 최다 1위 기록을 보유한 샤인다운(Shinedown)을 단 한 곡 차이로 추격하는 기록이다. 새 앨범 ‘에일리언네이션(Alienation)’에서만 무려 세 곡이 1위를 차지하며 밴드는 전례 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담 곤티어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하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앨범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감격을 표했다. 맷 월스트 역시 “데뷔곡이 나온 지 20년이 지나 다시 차트 1위를 한다는 건 정말 미친 일”이라며 동의했다.
건초 마차에서 아레나까지, 멈추지 않는 성장사
이들의 재결합 스토리는 밴드의 역사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베이시스트 브래드 월스트의 동생인 맷 월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밴드의 성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이웃집 마당 파티나 건초 마차 위에서 공연하던 형들이 어느새 대형 아레나를 채우는 밴드가 되는 과정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맷은 10대 시절 피가 날 정도로 기타를 연습해 오디션을 봤지만, 당시에는 베테랑 기타리스트 배리 스톡(Barry Stock)에게 밀려 탈락했던 일화가 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아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론트맨으로서 밴드의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쓰리 데이즈 그레이스의 대표곡 ‘아이 헤이트 에브리싱 어바웃 유(I Hate Everything About You)’는 최근 스포티파이 10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빌리언스 클럽’에 가입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두 명의 보컬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이들의 재결합 투어는 전 세계 아레나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2025년의 음악계는 ‘진정성’과 ‘파격’이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유노윤호의 진지함이 유머 코드를 만나 폭발적인 밈이 된 것이나, 쓰리 데이즈 그레이스가 과거와 현재의 보컬을 모두 포용해 최고의 시너지를 낸 것 모두, 오랜 시간 쌓아온 그들의 서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