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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논평-구멍 뚫린 한국의 물의 날
뉴스일자: 2007-03-21

 
환경연합은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의 물 정책 발전을 위해 다음의 시급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 특히 올 해는 ‘수도권 2300만의 유일한 상수원인 팔당호 인근에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어, 상수원 관리에 초점을 두고 논평하고자 한다.

1. 위기의 상수원

기업 특혜 주장에 흔들리는 상수원 법령

안전한 식수의 공급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며, 상수원 보호는 국가의 법체계가 지켜야할 최고의 덕목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규제 완화 논리가 횡횡하면서 관계 법령의 개정논의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업체들이 ‘첨단 대기업 공장 건설 ➡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주장하며 사회전체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의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 주장은 매우 심각하다. 팔당상수원은 2300만 수도권주민들의 유일한 식수원으로, 7개의 법률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이 위치해 있는 특별대책지역 Ⅱ권역 역시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이 규제되고 있다. 그런데도 100여종 이상의 화학물질을 다량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증설을 주장하는 것은 상수원 보호 체계 자체가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미국이 반도체제조공정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102개 독성유기물질을 포함하여 총 128개 물질을 검사하는 데 비해, 한국은 특정수질유해물질 19종과 반도체공장이 신고한 물질에 한해서만 검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3개월 단위로 정부에서 오염물질에 대한 재검사를 하는데, 한국은 반도체공장들이 1년에 한두 차례 자체 점검하는 것이 고작이다. 때문에 한국은 미국처럼 다양한 수질항목들을 조사하고 감독하는 대신, 수질 오염 우려가 큰 공장들의 입지를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인 수질오염물질 관리 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기준을 정해 공장입지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법 논리를 왜곡한 억지이고,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특권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와 하이닉스 등은 폐수의 안전성을 주장하기고 있지만, 하이닉스의 폐수가 직접 유입되는 복하천의 붕어들이 전국의 하천평균보다 2배 이상 이성생식 세포발현율이 높다는 것은 흔히 알려져 있지 않다. 복하천에 유입되는 폐수의 40%가 하이닉스에서 배출되고, 인근에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다른 공장이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수원은 난개발 보호 구역

서울과 인접한 팔당 상수원 지역은 그 특성상 수많은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법적으로 2~3중의 규제가 있으나 개발의 가속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상수원 지역의 인구는 90년보다 2003년에 70%가 늘었으며 가축은 19%, 공장은 354%나 증가하였다. 전체적으로 이 지역에서의 오폐수 발생량이 41%나 늘어난 상황이다.

환경연합이 2006년에 조사한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내 무허가 음식점 실태는 충격적이다. 남양주시와 광주시의 보호구역 주변의 음식점들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 무허가 음식점 비율이 각각 63.6%와 15.8%로 특히 남양주시 관내 무허가 음식점이 몰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치단체가 매년 무허가 음식점을 적발하고 있으나, 7차례에 걸쳐 적발되어도 영업을 계속하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 또한 적발된 일부 무허가 음식점의 경우는 물이용 부담금으로 형성된 주민 지원금을 받고 있어 결과적으로 벌금을 지원금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조사되었다. 그리고 일부 무허가 천막 음식점은 팔당호와 바로 인접해 영업 중이고, 차량 증가 등으로 인한 비점오염원 증가로 식수원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현장 지역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사라진 무허가 업소도 있으나 새로운 무허가 업소가 등장하는 등 여전히 상수원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33조 하수도 국책사업, 총체적 부실

하수도 국책 사업의 삼중난 (三重難) - 예산낭비, 환경오염, 불신가중

환경부는 지난 2002년을 하수관거 특별 정비 원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전국적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하수관거 8.6m당 한 곳씩 불량이다. 또 ‘맹물’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도 다수 발견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전국적인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0년까지 33조 규모의 하수관거 정비 국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합류식 하수관거를 우수관과 오수관 (생활하수 및 정화조 폐쇄 후 분뇨)으로 구분하는 분류식으로 변경하고 있으며, 하수처리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불명수{건기 시 침입수 (지하수), 우기 시 유입수 (빗물)} 저감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사업은 시작부터 부실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범사업인 양평군 강하, 강상 처리장과 가평군 청평처리장은 2004년 10월 분류식 공사가 끝났음에도 2005년, 2006년 계속해서 비만 오면 하수처리용량의 두 배가 넘는 물이 유입되었다. 덕분에 처리 못한 오염도 높은 하수와 분뇨가 상수원과 하천으로 유입 되었고, 처리장과 하수관거 공사의 취지를 의아하게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범사업이 대단히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조차 없이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 최소화와 향후 공사의 모델 제시가 목적인 한강수계하수관거정비 시범사업이 끝나기도 전에 05년, 06년, 07년 BTL 방식 하수관거 정비 사업, 댐 상류 하수관거정비 사업, 지방자치단체 하수관거 정비 사업 등 터진 봇물처럼 공사 물량만 확대하고 있다.

하수관 공사는 땅속에서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부실 우려가 높다. 환경부 역시 부실 공사를 방지하겠다며, 하수도정비 특별 지원단, 전문 감리제 확대 도입 등 매년 새로운 제도와 조직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수관 공사의 사회적 점검 시스템 절실

부실과 예산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하수관거 국책 사업은 최근에 시공업체 봐주기 의혹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초 공사를 시행했던 양평군 강상, 강하 하수처리장이 경우, 계약 시의 준공기준은 ‘우기 4개월간의 유입수질과 유입 불명수량{I/I(침입수/유입수)량}을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시공업체인 삼성 엔지니어링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자, 환경부는 I/I(침입수/유입수) 기준 대신에, QA/QC (품질보증/성과 관리)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준공기일을 지키지 못한 업체에 부과하는 지체상금을 면제하기 위해 계약 변경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와 특정 업체 사이의 유착의혹을 불러일으키고, 기준 선정과 업체 감독 등에 대한 정책실패를 덮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연합은 매년 환경부 예산의 절반을 사용하는 하수도 정책이 밝은 햇볕 아래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와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검증 절차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3. 아슬아슬 부실부실 간이상수도

국민의 5.2%, 여전히 식수 시설 열악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2%에 해당하는 255만 명이 마을상수도 및 소규모급수시설에서 먹는 물을 공급받고 있다. 대부분 면단위의 농어촌지역으로 마을상수도 10,715개소 (187만 명이용), 소규모급수시설 12,057개소 (67만 명이용)가 있다.

’70~’80년대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설치된 마을상수도는 과반수가 25년 이상 경과(마을상수도 46%, 소규모급수시설 47%)하여 시설이 매우 노후하고 열악하다. 정수장치가 없어 원수를 물탱크에 저장 후 소독만 하는 상태로 식수를 공급하는 마을상수도가 대부분이며, 약 40%는 소독시설도 없어 마을이장이 고체염소를 직접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취수원의 74%가 표층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량 확보가 어렵고, 관정이 농경지와 축사 인근에 위치하여 수질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05~'06년 상반기, 지자체 수질검사 결과 3.1%가 먹는 물 기준을 초과했고, 환경부의 민·관 합동 수질검사결과 7.8%가 기준을 초과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질검사결과 기준 초과율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설연수가 25년 이상 된 노후 관로가 전체의 39.6%차지하며, 배·급수관로는 더 낡아 관로의 부식과 균열이 심각하다. 관로의 91.4%가 염화비닐관인 PVC관 혹은 PE관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열악한 간이 상수도 및 마을 단위 상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가능한 지역부터 상수도 시설을 보급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은 전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해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전문기관에게 위탁 관리를 해야 한다.

4. 4대강 항생제 오염, 관리 시스템 부재

불용의약품, 시민 건강 위협

최근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4대강 유역에서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이외에도 2005년부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나주 등 전국 5개 도시의 하수종말처리장, 팔당호 및 한강 본류에서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이는 하천의 수생태계 교란과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민감 계층에 대한 노출 및 항생제 내성균 증가로 이어져 환경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도 위협하는 것이다. 하천에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는 원인으로 환자의 배설, 제약회사, 가정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의약품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약들은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거나, 하수구 또는 변기를 통해 배출되는 것이 문제다. 결국 이렇게 버려진 약들이 매립되어 지하수나 하천으로 약 성분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폐의약품에 대한 관리대책이 없다. 반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불용의약품을 생산한 제약사들이 무료로 수거해 가도록 하는 제도 (Medications Return Program, MPR)를 운영하고 있으며, 캐나다 콜롬비아주는 테이크백 프로그램을 통해 폐의약품을 수거하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아직도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다. 지난 1월 폐의약품 관리 대책 관련 ‘생활계 유해폐기물 종합 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 조사가 마무리 되었음에도, 환경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06년 한해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핑계로 대책 마련을 회피하던 환경부는 연구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국민의 안전과 수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수거하여 폐기하는 법과 제도가 절실한 상황이다.

5. <총론> 비효율과 반환경의 악순환 - 한국의 물 정책

투자는 막대, 결과는 실망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댐, 제방, 정수장, 하수처리장, 관로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급격한 도시화에 대비할 수 있었으며, 원시적인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범국가적 건설프로젝트에 집중한 결과, 시설 과잉 공급으로 가동률이 추락하고(비효율), 비도시지역은 계획에서 소외됐으며(형평성 부족), 생태계의 교란과 훼손은 극심했고(환경파괴), 국민의 불안을 씻어 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이후 물 정책이 보다 효율적이고, 섬세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정책의 중심이 중앙정부에서 지역정부로, 건설부서 중심에서 환경부서 중심으로, 정부 주도에서 주민참여 중심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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