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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 폐해가 없어야 공정사회가 있다.
뉴스일자: 2010-09-27

 

요즘 ‘공정한 사회’ 구현이 국정과제의 큰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야말로 국가선진화의 윤리적 인프라다’며, ‘앞으로 공정한 사회란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고 선포하면서 부터다.

 

이에 따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논의가 중앙부처는 물론 공직유관기관마다 계속되고 있다. 국가품격 제고를 위한 ‘1부처 1과제 추진’에도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올 초부터 포함되어 부패예방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실행 중에 있다. 권익위 차원에서의 실천 계획은 ‘공공부문의 부패방지 및 청렴도 제고’가 핵심이다.

 

국민권익위가 작년에 전국 1300여명의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들의 부패인식도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학생들에게 까지 확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청소년의 30%는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돈 많이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심지어 청소년들의 76.8%는 ‘우리사회가 부패하다’고 보았다.

 

다른 예로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세계부패바로미터(GCB)를 보자. 이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각 부문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국회 20점, 정치권 17.5점, 기업 30점이다. 두가지 연구조사에서 자라나는 청소년과 지도층의 청렴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한 일간지 보도에 보면 300명 뽑는데 1000건 청탁이 쏟아졌다니 ‘누구 빽이 더 센가’ 경쟁하는 반칙사회같다.

 

이같이 우리 사회 각층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인식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공직사회의 부패예방 측면에서 보면 어둠의 경로를 통한 인사청탁과 입찰에서 많이 감지된다. 최근 한 중앙부처 공무원 특채 문제점이 드러났다. 고위직 공무원과 연고있는 특정인물을 뽑기 위해 면접관들이 한쪽으로 점수를 몰아줬다는 게 감사결과다. 무늬만 공개채용이었다는 얘기다. 중앙 및 지방 할 것 없이 여기저기에서 불공정한 채용사례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설공사든 자재납품이든 입찰관행의 반칙도 만만찮다. 가장 투명하다는 전자입찰을 실시하고 심사위원을 무기명 제비뽑기로 선정해도 입찰 부정 뒷말이 나돈다. 한 교수의 용감한 양심고백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지만 응찰자들은 심사위원으로 예상되는 전문가그룹을 통째로 관리하며 뇌물을 제공한다고 한다. 기술심사 당일 새벽에 심사예상자들의 집 앞에 있다가 그 집의 불이 일찍 켜지면 심사장에 가는 걸로 판단하고 로비에 나선다는 것이다.

 

인사와 입찰 비리는 다름 아닌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패거리 문화, 즉 인맥을 동원한 연줄문화에서 비롯된다. 저녁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식당가엔 온통 향우회 동창회 등 특정집단모임 천지다. 요즘에는 ‘직맥(職脈)’이라는 직장연줄도 강세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무슨 동호회가 그리 많냐고 의아해 한다. 연줄에 의한, 연줄을 위한 사회같다.

 

우수한 인재와 품질경쟁력을 평가한다는 포장 이면에는 연줄대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내 뜻대로 안되면 능력과 품질력 부족보다는 연줄 부재를 탓하며 억울해하는 게 우리 사회 아닌가. 공정하지 못한 데에 패거리 문화가 있고, 패거리뒤엔 부정한 거래가 있다. 부정한 거래는 결국 부패행위다.

 

연줄문화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적어도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구별하고, 의리와 비리를 구분하며 선물과 뇌물을 걸러낼 줄 아는 사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정치학 박사)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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