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로그인 
 
현재위치 > 포항뉴스 > 정치·이슈 > 사설/칼럼  
 

직지문화공원 수입목 제일장승
뉴스일자: 2009-03-16

 

   김천시는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지킴이를 자청한 시민들에게 향토의 정기 가득한 황악산 기슭의 직지사 앞마당에 잘생긴 문화공원을 선물했다. 그리고 공원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대형장승을 세웠다.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키다리 장승에게 가족의 무궁한 발전과 건강을 기원했다.

 

  우리나라 제일 장승을 세우기로 한 담당자가 맨 처음 한 일은 전국각지의 장승들의 키를 재어보는 것이었다. 자신의 키보다 몇 배나 긴 줄자를 허리춤에 차고 다리품을 팔았다. 그 다음은 일등장승으로 뽑힌 것 보다 더 큰 나무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백두대간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런 나무는 없었다. 한편 김노인은 문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대로 관리해온 나무를 장승목으로 희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곳을 방문한 담당자는 혀를 차며 돌아가 버렸다.

 

  김천시가 기대하는, 당분간은 다른 지자체에서 엄두도 못 낼 엄청난 크기의 장승목은 우리 땅에는 없었다. 담당자는 자신의 노고와 애로사항을 보고하고 상부의 결정에 따라 외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김천시민에게 한국 제일 장승이 있는 고장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비행기 멀미도 마다한 엄청난 노력이었다. 드디어 하늘도 감동했다. 시커먼 원주민의 손에 이끌려 타잔이 살았다는 밀림에 도착했을 때 담당자의 두 눈에선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하루 품삯이 1달러나 되고 사흘이나 굶은 다이어트 소년의 앙상한 도끼질에 그 나무는 베어졌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굳이 거액의 돈을 들여 대형장승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 장승이라면 우리의 전통과 민속신앙적인 조형물인데 코쟁이 외국인에게 우리의 사모관대를 입힌 꼴을 연출해야겠는가, 우리의 산에도 좋은 나무들이 많이 있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국민적인 정서에도 좋지 않겠는가' 라고 질문해 봤지만 내 식구의 쌀독보다는 남에게 내보이는 내 집의 굴뚝연기에만 관심있는, 대의명분을 쫓는 얄궂은 전통을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씨알머리도 먹히질 않았다.

 

  한국에서 유학 온 여학생을 짝사랑하던 푸셔푸셔는 이름도 모르는 그녀의 나라를 경험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런 어느 겨울날 춥고 배고픈 몸을 달래기 위해 시골집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한국을 경험했다. 난방비가 없어 몸 뉘일 데는 차지만 괜찮으시다면 저녁이라도 한술 뜨고 가라는 시골할머니의 손길에 감동하였다.

 

  담당자는 직지문화공원의 장승을 외국인에게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푸셔푸셔를 공원으로 안내했다. 그가 돌아가 자기 나라의 외교부장관에게 멋진 장승을 가진 한국의 김천시를 홍보하여 자매결연이라도 맺는 날에는 일등급 승진은 식은 죽 먹기라며 김칫국물부터 마셨다.

 

  문화공원의 장승을 본 푸셔푸셔는 깜짝 놀랐다. 크고 잘생긴 멋진 장승이었다. 원더풀 코리아였다. 장승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이역만리 고향에서 봐왔던 사진속의 그리운 조부모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올려다보니 장승이 무언가 속삭이고 있었다. 그는 큰 팔을 들어 풀쩍풀쩍 뛰어 그 소리를 들으려했다. 그는 없는 돈을 쪼개어 고가 사다리를 요청했다.

 

  이상한 외국인의 행동에 흥미를 느낀 담당자도 크레인에 동승했다. 푸셔푸셔는 떨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그에게 엄청난 인내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장승과 마주했다. 그는 귀를 쫑긋이 세우고 곰곰이 무언가 장승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한국의 담당자에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담당자는 장승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물어 봤지만 푸셔푸셔는 장승의 얼굴을 흉내 냈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글썽이고 있었다.

 

  푸셔푸셔는 연락을 두절하고 방안에 처 박혀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고유가 시대 우리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어렵다는 기사만 연일 방송되고 있었다. 평소 호기심이 많던 담당자가 푸셔푸셔를 찾았을 때 그는 쇠톱 한 자루와 함께 ‘직지문화공원 훼손죄'라는 명목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를 신고한 공원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분노에 찬 얼굴로 대형장승을 톱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직지문화공원의 대형장승 앞에 서면 목줄을 당기는 오싹한 기운에 오금이 저려온다. 조상들을 윽박지르며 문호를 개방하라고 대포를 쏘아대던 외세의 나쁜 힘이 느껴진다. 자유무역협상으로 시민의 절반이 농사꾼인 김천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안하무인처럼 고함을 치며 외교장벽을 허물려 혈안이 되어 있는 외국인처럼 우리의 탈을 쓴 키다리 장승이 무섭다. 크레인까지 동원하여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는 우리 전통의 탈을 쓴 키다리 장승보다는 고무신을 끌고가 마주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조부모의 고향에 자라고 있는 솔향 가득한 키작은 장승이 우리에겐 어울린다.


 

  “너무 멋진 나무였어요. 그걸 베어다 땔감으로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추운겨울을 보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했어요” 푸셔푸셔의 변명이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유성환기자 (p5p5p@naver.com)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사설/칼럼섹션 목록으로

<저작권자ⓒpohangnew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영일만항, 3년만 ...
지진피해 포항시 ...
도시재생 현장지 ...
이낙연 총리, 완 ...
 
영일만항, ...
지진피해 ...
도시재생 ...
이낙연 총 ...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흥해읍) 즉시...
영일만항, 3년만에 컨테이너 물동량 ...
고속도로 터널 앞 섬뜩한 ‘보복 운...
포항시장 ‘2018년 시정운영방향’ ...
겨울 밤바다에 LED장미꽃이 활짝
피해지역의 도시재개발 돕겠다.
포항시 지진발생후 현재상황
제8회 모유수유사진공모전 시상식 및...
포항시 이재민 64% 이주 완료
이낙연 총리, 완전한 복구 위해 온 ...
   회사소개 | 공지사항 | 취재제보 | 독자투고 | 광고문의 | 업무제휴 | 인트라넷 | 이용약관 | 기사등록법    대표전화 : 050-2424-0011   편집문의 : 054-277-8060
Copyright ⓒ 2006 포항뉴스 All rights reserved.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포항뉴스에게 있습니다.
제호 : 포항뉴스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아00038호 | 등록일 : 2007년 02월21일 | 주소 :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기림로 1987 | 발행인 : 이우식 | 편집인 : 박태호
포항 포항공대 포항시청 포항날씨 포항교차로 포항스틸러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포항시 포항펜션 포항소식 포항제철 cgv포항 포항뉴스 포항공과대학교 포스텍 포항대학 한동대 포항사랑 포항시여행정보 포항시의회 호미곶 구룡포 포항MBC 포항21 포항엔 INEWS 포항인터넷방송 포항방송 포항시정신문 경북일보 인터넷언론사협회 이우식 포은문화연구회 죽도시장 형산강 불꽃놀이 하이브코리아 hivekorea pohang news 오천 흥해 죽장 영일만